4월 1-2주차 작업기록

들어온 건 다 쳐내야만 다른 걸 할 수 있는 사람

1-2주에는 계획에 없던 일들이 들어왔는데.. 어쩜 일은 없다가도 올 때는 한번에 온다고.. 정신없는 2주를 보냈다. 능력있는 프리랜서는 일이 좀 남아도 내일 해야지, 체력도 비축하고 다른 뇌도 쓸 수 있어야 된다는데 나는 그러지를 못해서. 일단 하나 쳐내야 다음으로 넘어가는 스타일. 그러다보니 2주간 육아랑 일 외에 다른 프로젝트는 모두 올스탑이었다. yoda니엘에게 답장도 열흘만에 보내고 그림책 공부도 미루고. 일기도 안쓰고. 아무튼 그랬다. 

1. 기업 브랜드 북 작업이 들어왔다. 주신 한국어를 참고해서 영어 콘텐츠를 만들어야한다. 기업 내부 자료인가요? 아니라고, 실제로 인쇄되어 VIP 고객들에게 배포될거라고.. 하셔서 매우 집중해서 했다 🔥 문제는 받은 내용을 보니 전형적인 한국식 라이팅인 것. 분위기를 만들고 >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 마지막에 강조하고 끝내는 서사형이다. 시 처럼 문장이 뚝뚝 끊기기도 했다. 큰일이었다. 일단 두루뭉술 돌려 이야기하면 미국 독자들은 포인트를 못 잡는다(하려는 이야기가 뭐지?). 추상적인 감정선(ex.진심) 또한 의뭉스럽게 느껴질 수 있고(그래서 어쩌라고?). 글로벌 제조사의 오피셜한 브랜드 북이니 규격화된 라이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번역이 아닌 리라이팅으로 접근했다. 문단마다 핵심 아이디어를 박고, 문단 문단 그 아이디어들이 연결되며 흐름을 만들어내도록. 감성적인 메시지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왜를 전달하도록.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톤도 좀 더 매스큘린하게 변경했다. 주말에 빅베어 레이크로 3+2+1 가족여행이 있어서 정신없이 했다. 1차로 보내고 나니 마음이 좀 놓였다. 여행도 즐겁게 다녀왔고..!


2. 새롭게 spin-off 하는 회사의 웹사이트 영문 검수 작업을 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작업, 더 적성에 잘 맞는 작업이 있을텐데. 내게 이런 검수 작업은 힘들다. 계속 읽다 글 속으로 빠져버리기 때문. 엄마가 내 책을 검수해줬을때가 생각난다. 주 중에는 바쁘셔서.. 주말에 짬을 내서 서너시간 책을 쭉 읽은 엄마. 전화로 너 글은 이런 경향이 있다~ 이 부분 통일해야 한다~ 이야기 해줬는데. 엄마가 젊었을 때 출판사에서 하던 일이 이거긴 해도.. 아니 그래도 이걸 오전에 다 봤다고? 그 때 느꼈다. 교정 일 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사람 자체가 이 일에 잘 맞아야 한다. 앞 뒤가 맞는지를 잘 보는 사람. 판단에 특화된 사람. 글을 멋진 것, 좋은 것으로 보는 게 아니라, 너 이거 틀렸어, 너 이런 경향 있는데 고쳐, 이런 잔소리를 똑부러지게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힘들다 힘들다 했지만 아무튼 이 작업도 잘 끝났다. 연간으로 묶인 클라이언트인데 계약이 꽤 많이 소진되었다.  

1-2주 작업기록을 3주차 목요일이 되어서야 남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리뷰는 4주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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