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아름다움을 살려주는 영어 그림책

소리내어 읽는 그림책의 특성을 활용한 POEM PICTURE BOOKS

UCLA에서 영어 그림책 수업을 들은지 6주가 지났다. 이쯤 되니 조금씩 지쳐가는것도 사실. 수업을 시작하고 첫 몇 주간은 discussion board에 많은 글들이 올라왔는데, 5주 정도 지나니까 친구들이 업로드 하는 빈도수나 포스트 갯수도 확실히 줄었다. 그런데 선생님도 이쯤되면 우리가 좀 느슨해질 것을 알았던 걸까. 이번주부터 수업의 내용이 급격히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이번주부터 배우는 내용은, 글을 맛깔나게 쓰는 법. 그 전까지 글의 구성 요소에 대해서 배웠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읽고 싶어지는 글을 쓰는 법을 배우는 거다. 그리고 그걸 가장 효과적으로 배우기 위해 우리가 공부하는 건 다름아닌 poetry writing, 그러니까 시를 쓰는 법이다.

영어 시 쓰기에는 주요 개념들이 있다. 끝소리를 맞추는 rhyme, 앞소리를 반복하는 alliteration, 모음 소리를 반복하는 assonance 등. 한국어는 음절이 묶이면서 덩어리를 만들어내는 느낌이라면, 영어는 옆으로 길게 풀리는 느낌이다. 물이 찰랑거리듯이 마구 흐르는? 그래서 그 찰랑거림 속에 뮤지컬 장치들을 심을 수 있는 자유도가 더 많은 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주 수업을 통해서 영어로 시를 쓰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운전면허를 따고 나서야 운전을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poem picture books라고 부르는, 그러니까 시(poem)로 구성된 영어 그림책이 왜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지 또한 보이기 시작했다.

  1. 영어 시 쓰기에서는 단어 선택이 중요해진다. 앞단어, 윗단어들과 함께 놓았을 때 좋게 들릴 수 있는 뮤지컬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휘를 신경쓰게된다. 그렇다보니 함께 놓았을 때 어울리는 단어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조금은 일반적이지 않은 단어들과 글의 구성까지도 배울 수 있다.
  2. 영어로 말을 할 때 억양이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걸 rhythm 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글을 소리 내서 읽어보라고 하는 이유는 말로 읽었을 때 자연스러운 문장에 좋은 문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는 기본적으로 리드미컬하게, 말했을 때 예쁘고 부드럽게 들리도록 만들어진 글이다. 시는 자연스럽게 들리는 데 신경을 많이 쓰다보니 rhythm이 정말 좋다.

이번 주 마음에 쏙 들었던 싶은 영어 poem picture book은 두가지다. 하나는 Audrey Woods의 Silly Sally. 다른 하나는 Barry Jimms와 Jisha Lee의 Love Grows Everywhere. 특히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Love Grows Everywhere 은 이번 주 발렌타인 주간에 읽기에 좋은 책이다. 두 권 모두 길게 이어지는 하나의 poem 구조.

추천 1. Silly Sally by Audrey Wood

이 책은 입에 착 붙는 repetition 이 핵심이다.

“Silly Sally went to town, walking backwards, upside down.”

이 말이 여러 번 반복되며 주인공 Sally가 중간중간 다양한 동물을 만나고 함께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서 걸어가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반복이 이야기를 끌고가주는, plot 자체는 단순한 책. 그런데 이 반복되는 구간이 여러 번 말해도 질리지 않는다. “Old MacDonald had a farm, 이야이야오” 처럼, 일종의 유행어 제조 느낌. 함께 읽는 리니도, 마치 동요 속 코러스 구절이 나올 때 신나듯 그 부분이 나올 때마다 처럼 계속 따라 읽으며 즐거워한다. 1990년도 초에 나온 책이라 그 당시 특유의 그림 분위기가 나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좋다.

추천 2. Love Grows Everywhere by Barry Jimms and Jisha Lee

사랑은 자란다는 이야기를 하는 일종의 love poem.

메인으로 가져가는 라임은 AABB 구성.
“Love grows everywhere.
From country farm to city square.
From desert village, hot and dry,
to mountain home where eagles fly.”

이 문장이 변주되면서 두 세 페이지에 한번씩 반복된다. 메인 문장 – 파생 이야기 – 메인 문장 – 파생 이야기, 와 같이 확장 연결되는 방식. 이 책이 특히 선물하기 좋은 (혹은 소장가치가 있는) 이유는 일러스트레이션이다. Love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식물로 표현하면서, 한 가족이 씨앗을 심고, 식물을 키워내고, 나누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통해 또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글과 별개로 그림이 한 편의 쇼트 필름 하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꽉 꽉 채워낸 책.

언어란 의미를 전달하는 역할도 있지만, 그 자체로서 참 듣기 좋은, 어떤 뮤지컬리티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이것에 꽤 많이 집착하는 사람 같다는 생각도. 고백하자면 내용이 좀 비어도 말맛만 있으면 그만일 때도 있다. 시로 구성된 좋은 영어 그림책은 의미와 뮤지컬리티를 모두 잡아낸다. 그것도 짧은 글 속에. 그래서 더 좋다.

퍼시픽워드샵 책

<영어 명카피 핸드북(길벗)> – 교보문고

퍼시픽워드샵 인스타그램, 브런치 사이트

책 추천 리스트

시 쓰는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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